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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선인출판사) 글/ 사진 : 민족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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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자체 월간지인 <민족21>에 연재한 내용을 뼈대로 이 책을 엮어낸 [민족21]은 "북녘 사회 보통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만나보십시오."로 시작하는 책의 머리말에서 북녘의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자고 권한다. 가장 완벽한 ‘북녘 인민 생활사’는 직접 만나 눈으로, 가슴으로 느끼는 것 아닐까. 그 날을 기대하며 기획 연재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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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유치원 높은 반부터 시작되는 11년의 의무교육은 모두 끝나게 됩니다. 소학교가 4년이니까 북녘의 청년들은 남쪽보다 2년 일찍 대학이나 군대, 직장 등 사회생활에 뛰어들지요. 그 중 북녘의 대학생활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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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일류대학은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종합대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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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종합대학에서 있은 대규모 합창공연을 교직원들과 학생들이 지켜보고 있다. | 그래도 역시 최고로 꼽히는 대학은 뭐니뭐니해도 김일성종합대학이죠.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이 대학 졸업생입니다. 지금도 북의 당·정 차관급 이상 간부 70% 정도가 이 대학 출신일 정도로 북의 주요기관에는 김일성종합대학 졸업생들이 많이 있습니다. 1946년 개교한 김일성종합대학의 학생 수는 대략 1만2000명 정도이며 인문계통에 정치경제학부, 역사학부, 법학부, 철학부, 어문학부, 외국어문학부의 6개 학부가 있고 자연과학계통에는 물리학부, 수학력학부, 자동화학부, 화학부, 생물학부, 원자력학부, 지리학부, 지질학부의 8개 학부가 있습니다. 부속기관으로 사회과학연구소, 자연과학연구소, 230만 권의 장서를 자랑하는 과학도서관, 자연박물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 사적관, 대학출판사, 대학 기숙사와 부속농장, 식료공장 등이 있습니다. 김일성종합대학 다음으로 최고로 꼽히는 대학은 김책공업종합대학입니다. 북의 과학기술 및 경제를 이끌어 가는 과학기술 간부들이 주로 여기에서 배출되며 이 대학 출신들이 산업기술 분야의 중추를 이루고 있습니다. 김책공업종합대학은 1948년 개교했으며 1만여 명의 주간 대학생, 2천여 명의 야간 및 통신 대학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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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책공업대학 신입생이 컴퓨터로 자료를 검색하고 있다. | 지질탐사공학부, 광업공학부, 금속공학부, 선박공학부, 재료공학부 등 15개의 공업부문별 학부와 용접, 반도체재료, 전자계산기 등 세부적인 공업 분야별로 200여 개의 학과가 있죠. 그 외에도 전자계산기연구소, 금속연구소, 반도체연구소, 수치조종연구소 등 10여 개의 연구소, 분야별 학생 실습공장과 대학인쇄공장, 농축수산물을 자체로 생산 공급하는 3개의 부업농장, 4천여 명 규모의 학내 기숙사와 식당, 상점, 병원, 탁아소, 유치원까지 거느린 대규모 과학기술 교육 및 연구 센터이며 하나의 큰 생활단지이기도 합니다. 김책공업종합대학은 또 공부가 힘들기로도 유명한데요. 공부에 시달려 화장 한번 제대로 못하는 초췌한 김책공업종합대학 여학생들을 가리켜 `공대 아주머니`라 부르기도 할 정도라고 합니다. 자, 그럼 대학생활은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북녘의 대학생활은 남쪽과 달리 정치·군사생활까지 포함돼 한마디로 꽉 짜여진 생활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학부, 학과, 학급별로 군대식 대열이 편성되거든요. 대학은 연대로, 학부는 대대로, 학과는 중대로, 학급은 소대로 편성되는 식이지요. 또 학급별로 대학 로동당 위원회, 대학 청년동맹(김일성주의청년동맹) 위원회 등 정치조직에 편입되지요. 어떻게 보면 중학교 생활과 그리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너무 지나치지만 않으면 어느 정도의 결석 등은 눈감아 준다고 합니다. 학급당 학생 수는 보통 5~10명이고 졸업할 때까지 배우는 과목 수는 40~50여 개입니다. 첫 강의가 아침 8시에 시작해서 매일 90분 씩 네 강의 정도가 진행되고 매 학기마다 약 한 달의 시험기간이 있습니다. 시험은 모두 필답과 구술로 치러지는데 5점 이하는 낙제, 5~6점은 보통, 7~8점은 우등, 9~10점은 최우등으로 평가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남쪽처럼 수석이나 차석과 같은 개념은 없습니다. 마지막 6개월은 졸업논문 준비 및 발표기간이고 방학은 겨울철에만 10일 정도로 1월에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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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와 함께 농촌에서 일하며 강의하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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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과학수업 모습 | 학교 수업 외에 농촌지원이나 경제건설분야 노동과 같은 의무노동, 15일 정도의 혁명전적지 답사 등도 대학시절 꼭 거쳐야 하는 과정 중 하나입니다. 농촌지원은 4월 말부터 7월 말까지 `모내기 전투`, 9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가을걷이 전투`가 진행되는데 그 기간이 워낙 길기 때문에 저녁에는 2~3시간씩 모여 앉아 영어공부도 하고 수학문제 풀이도 합니다. 때로는 강의 진도를 맞추기 위해 대학 교수들이 농촌에 나와 함께 일하며 아침저녁으로 강의를 하기도 합니다. 또 대학교 2~3학년 사이에 남녀 대학생 모두 반드시 대학생 교도대에서 6개월간 군사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대학생 교도대란 대학생들과 현역 군인들이 합동으로 평양시 주변의 각종 포진지들을 차지하는 준 군사조직의 하나로 중대장, 소대장을 비롯한 군관들과 전문 기술병종인 지휘소대 및 기구소대는 현역군인들이고 화력 1, 2소대는 대학생들로 구성되는 고사포 또는 고사총 중대단위입니다. 이 교도대 복무 졸업증이 없으면 대학 졸업을 못한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일상생활이겠죠? 먼저 기숙사 생활을 들여다봅시다. 북녘 대학생은 대체로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하지만 시내 거주자의 경우 집에서 통학하기도 합니다. 기숙사에서는 보통 한 방에 5~6명 정도가 함께 생활합니다. 또 기숙사 생활은 학교 `기숙사관리위원회`의 감독과 통제에 따르죠. 기숙사의 규율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기숙사에서의 일과 질서를 철저히 준수할 것, 둘째, 조용히 공부할 것, 셋째, 도박을 하지 말 것, 넷째, 여학생 기숙사에 남학생이 가지 말 것, 다섯째, 남학생 기숙사에 여학생이 가지 말 것, 여섯째, 기숙사를 청결하게 유지하며 일과표에 따라 기상할 것. 그런데 기상 시간이 오전 5시 30분이라 기상시간을 지키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기숙사와 대학 구내에서는 음주와 흡연이 완전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직장이나 군대 생활을 하다 온 학생들의 경우 갑자기 담배를 끊으려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데요. 하지만 대학 밖에서는 북녘 대학생들도 자유롭게 술과 담배를 즐긴답니다. 또 고학년 학생들이 단속을 담당하기 때문에 학년이 올라가면 눈치껏 기숙사에서 흡연을 하는 `불량학생`들도 있다고 합니다. 남쪽 대학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연애`죠. 원칙적으로 북녘 대학에서는 `연애금지`입니다. 하지만 학급에서, 기타 학교 다른 생활에서 계속 마주치는 남녀가 서로에게 무심할 수만은 없겠지요. 잘못해서 걸리면 퇴학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소문나지 않도록 조심조심 도둑연애를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들어가기도 어렵고 `공대 아주머니`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공부도 어렵고 규율도 엄격하지만 북녘 대학생활도 이 정도면 상당히 낭만적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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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종합대학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 | 시험에서 떨어지면 남학생은 군대에 가고 여학생은 직장에 배치되기 때문에 남쪽과 달리 재수생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군대나 직장에 배치됐다가 `사회인`으로 추천을 받아 다시 대학 시험에 응시할 수 있으니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지요. 북에서 대학 입학을 위해서는 성적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 외에 성품이나 소질 등도 중시됩니다. 일종의 특례입학인 셈이죠. 또 학교별 성적차를 인정하는 이른바 `등급제`가 실시되며 지역별 학력차도 감안해 합격기준이 다르게 적용된다고 합니다. 즉 평양시와 지방간 학력차를 인정, 평양시 출신 학생들의 성적기준은 높이고 기타 지방도시 학생들의 입학성적 기준은 낮춰 지방 학생들의 입학기회를 늘려주는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직통생과 군인 및 노동 청년들의 입학기준도 차별화해 직통생의 기준점수가 가장 높고 노동청년보다는 군인의 기준점수를 낮게 해 상대적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사실 8~10년 정도의 군사복무를 마치고 대학에 들어가는 제대군인들의 경우 그동안 전혀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겠지요. 이렇게 본고사에 합격해 입학추천서를 받은 학생이 대학에 가서 자신이 희망하는 학부나 학과에 등록을 하면 대학입학의 전과정이 끝나게 됩니다. 참고로 대학에 등록금은 없습니다. 또 모든 대학생들에게 김일성장학금, 사로청장학금, 무의탁장학금, 국가장학금, 특수장학금 등 다양한 장학금이 지급되어 기숙사 생활비나 최소한의 일용필수품 구입도 이 장학금으로 충당됩니다. 기타 다른 학용품과 참고도서 구입비만 학생들 각자가 내면 되는 것이지요. 북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학은 인문,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김일성종합대학, 자연과학 분야에서는 평양이과대학, 공과부문은 김책공업종합대학, 어학계통은 평양외국어대학입니다. 경쟁률도 매우 높아서 김일성종합대학의 경우 30대 1의 경쟁률을 보일 때도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외국어대학의 입시경쟁률이 가장 높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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