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북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선인출판사) 글/ 사진 : 민족21 |
|
1년 동안 자체 월간지인 <민족21>에 연재한 내용을 뼈대로 이 책을 엮어낸 [민족21]은 "북녘 사회 보통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만나보십시오."로 시작하는 책의 머리말에서 북녘의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자고 권한다. 가장 완벽한 ‘북녘 인민 생활사’는 직접 만나 눈으로, 가슴으로 느끼는 것 아닐까. 그 날을 기대하며 기획 연재 한다. |
|
|
|
가슴 설레는 입학식. 북녘 어린이의 소학교(초등학교) 입학식 풍경은 잃어버린 예전 남쪽의 모습과 닮았다. 고무줄 놀이, 말타기, 썰매타기 등 노는 모양새도 익숙하다. 다만 2학년이 되면 모두 소년단에 가입하는 장면이나 4년 내내 담임 선생님이 바뀌지 않는다는 점 등이 이채롭다. 북녘 소학교 학생들의 생활을 찾아가 보자. |
|
와! 신나는 방학이다 |
|
북녘 여학생들의 고무줄 놀이 광경. 한 남학생이 고무줄을 끊고 도망가고 있다. | 보통 숙제는 각 과목 담당선생님들이 검사한다. 과목마다 책임학생을 두어 모든 과목의 숙제검사를 하도록 하는 선생님도 있다. 숙제를 하지 않으면 꾸지람을 듣기는 하지만, 학생들을 때리는 선생님들은 별로 없다. 학생들을 때리는 것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신 모두 끝낼 때까지는 집에 보내주지 않기 때문에 결국 다 하는 수밖에 없다. 북녘 선생님들도 자기 학급의 성적을 더 높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학생들에게 많은 숙제와 통제를 가한다. 소학교의 방학은 여름방학이 8월 15일부터 8월 30일까지 15일 정도이며, 겨울방학은 1월 1일부터 2월 14일까지 45일 정도다. 짧은 봄방학은 없다. 북녘 어린이들은 남쪽과 달리 방학중에도 조직적인 생활을 한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내준 방학동안의 일정표에 따라 방학생활을 한다. 일정표의 하루일과에는 생활반(학급과 동네가 같은 6~7명으로 구성)끼리 학교에 모여 아침달리기, 독서, 오전학습(방학숙제)과 점심 후 오후학습 등이 들어 있다. 매주 토요일은 소집일로 선생님에게 일주일 동안 한 숙제를 검사 맡아야 한다. 방학 중 소년단에서 실시하는 조직활동에도 참가한다. 혁명전적지 및 사적지 답사 등 사상교양과 수영, 야영 등 하계 체육활동 등이 있다. 학생들이 여름방학 중 가장 가고 싶어하는 곳이 바로 소년단야영소다. 이곳에 가는 모범학생으로 뽑히면 혁명사적지 답사 활동과 산업시설, 명승고적 견학, 자연관찰, 물놀이, 토론회, 예술공연 등의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집을 떠나 친구들과 잠을 자고 밥도 지어먹을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소년단야영소는 1946년 6월에 평안남도 평원군에 최초로 설치된 석암 소년단야영소를 비롯해 약 20 여 개가 운영되고 있다. 북녘에는 어린이날이라는 공식 명칭은 없지만 국제아동절(6월 1일)과 소년단 창립일인 6월 6일을 사실상 어린이 명절로 즐긴다. 국제아동절은 공휴일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행사를 열며 즐겁게 보낸다. 노래, 춤, 기악, 화술 등 다양한 예술공연을 무대에 올리거나 반별 달리기, 자전거 타기, 줄다리기 등 운동회를 열고 특식도 준다. 이긴 팀에는 상품으로 장난감, 그림책 등을 준다. 그러나 스승의 날은 따로 없다. 대신 9월 5일을 교육절로 정해 기념 행사만 연다. |
|
누구 누구는 누구 좋아한대요! |
북녘 어린이들도 휴일에는 가족과 함께 공원이나 놀이시설에 가길 좋아한다. 평양에는 만경대 유희장, 능라도 유원지, 모란봉 공원 등 어린이 놀이시설이 많다. 만경대 유희장은 하루 10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회전자동차·공중열차·동물원·물놀이장 등 현대적인 놀이시설 50여 종을 갖췄다. 능라도 유원지는 보트장과 강변 수영장이 있고, 모란봉공원은 야외 극장과 각종 오락시설을 갖춘 청춘공원, 아동공원, 인공폭포 등이 들어서 있다. 특히 겨울방학 때는 썰매타기가 가장 인기 있는 놀이다. 평양에는 창광원, 문수유희장, 평양교예극장 등 시내의 주요 건물 주변과 각 학교 내에 썰매터가 조성돼 있다. 요즘 남쪽 초등학교 학생 사이에서는 친구들끼리 모여 생일잔치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북녘 소학교 학생들은 생일잔치를 하는 경우가 드물다. 대부분 미역국을 먹는 것 정도로 생일을 맞이한다. |
|
졸업장 대신 성적증명서 |
|
북녘 아이들의 과학실습시간. | 북녘 어린이들은 좋아하는 이성친구가 생기면 어떻게 할까? 남쪽 어린이와 달리 북녘 어린이들은 이성친구가 생기면, 다른 친구들이 혹시나 알게 되면 어쩌나 하고 걱정부터 한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퍼지면 다른 친구들이 놀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마음을 몰래 전하기 위해서 보통 편지를 쓴다. 간혹 선물을 하는 친구들도 있다. 아직 북녘에는 컴퓨터가 널리 보급돼 있지 않기 때문에 서로 전자우편을 주고받는 경우는 없다. 북녘 선생님들은 학생들끼리 서로 이성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별로 달가와하지 않는다. 어른이 되기 전까지, 배우고 자라는 학생들로서는 혁명적 의리로 똘똘 뭉친 동무들이 되어야지 특별히 한 친구만을, 더군다나 이성적으로 좋아한다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보다 한 달쯤 늦은 3월 말, 졸업식이 치러진다. 과거 남쪽에서 졸업식이라고 하면 눈물 바다가 연상되나 북녘에선 사정이 좀 다르다. 북녘 소학생들은 같은 반 급우 대다수가 그대로 인근 중학교에 진학하기 때문에 좀 무덤덤한 편이다. 졸업 앨범은 따로 만들지 않고, 학급 전체 학생이 교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식이 끝나면 집으로 보낸다. 졸업식 노래나 졸업장도 없다. 졸업장 대신 성적증명서를 준다. 또 북녘에는 반창회나 동창회 등과 같은 모임이 없다. 4년간의 소학교 시절을 마친 학생들은 전원 6년제 중학교에 진학한다. 생활과 형편이 다르지만 북녘 소학교 학생들의 해맑은 모습은 남녘 초등학생의 밝은 표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