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하나 이야기 겨레하나 소식

[논평] 북한인권사무소 개설로 난망해진 남북관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권고에 따라, 6월 23일, 유엔 “북한인권서울사무소”가 문을 열고 활동을 시작했다. 사무소 개설을 둘러싼 많은 논란과 우려에도 불구,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북한은 격한 반응을 내놓았다. 북한인권사무소 설치를 ‘공공한연 대결선포로 간주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무자비하게 징벌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는가 하면, 사무소 개설 등을 이유로 내달 열리는 광주유니버시아드 대회에 불참을 통보해 왔다.
 
해방 70돌이자 분단 70년인 올해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관계개선의 의지만 있다면 올해만큼 남북이 접근할 계기와 명분이 많은 해가 또 있겠는가. 남북 당국도 연 초부터 연달아 관계개선의 의지를 밝혀온 터다. 그런데 관계개선은커녕 이러다 무슨 일이 나는 게 아닐까 우려스러울 만큼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통일대박부터 통일준비위까지 정부는 연일 통일레토릭을 쏟아내고 있지만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실효적인 조치는 없었다. 지난해 2월 박근혜정부 들어 처음으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에서 합의한 ‘상호비방중상 중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 2차 고위급회담의 모멘텀을 살리지 못한 것이나, 이른바 ‘북 고위급 3인방’의 인천아시안게임 전격방문의 계기도 ‘삐라살포’를 막지 않아 날려버린 것을 볼 때, 우리 정부의 통일정책, 대북정책들이 사실상 말잔치요, 국내정치용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쌍방이 합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선’만이라도 지켰다면 대화테이블에 앉지도 못하는 최악의 상황만큼은 면했을 것이다.
 
이번 인권사무소 개설도 마찬가지다. 과거, 유엔인권위에서 북한인권 결의안을 채택할 때마다 역대 정부가 기권표를 던져왔던 것은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국내의 다양한 시각과 무엇보다 화해협력의 파트너로써 북과의 관계를 고려한 조치였다.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인 특수 관계에 있는 남북의 입장, 인권보고서 작성을 주도해온 미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한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또 미국이 중국인권보고서를 발간하고, 중국이 미국인권보고서를 발간하여 서로 공격의 무기로 삼고 있는 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국세사회에서 인권문제가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한 문제이기도 했을 것이다.
 
인권사무소 개설에 대한 북한의 비난에 대해 정부는 “지난해 4월 유엔의 제안을 존중해 북한 인권사무소의 한국 설치에 동의한 것”이라며, “유엔이 직접 설치해서 운영하는 국제기구이며, 유엔의 자체예산과 인력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더욱 문제다.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 따위는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어떤 상황에서도 인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우선적이며, 항상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받아들이기 힘든 틀이라면 인권 개선은 불가능하다. 7년여가 넘도록 남북관계 개선의 실마리조차 찾고 있지 못한 때에 단행된 북한인권 현장사무소 개설은 ‘북한의 인권증진’에 기여하기는커녕 남북간의 불신과 대결의 빌미가 될 뿐이며 남북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사실, 뻔히 예상됐던 결과가 아닌가.
 
70년간 이어진 분단과 악화된 남북관계는 이산가족 문제를 비롯해 수많은 인권문제를 양산해 왔다. 남과 북, 우리 민족 모두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가장 실효성있는 조치는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정부차원의 노력에 있다.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이제 우리 정부는 파국으로 치닫는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가려는지 답을 내놓아야 한다.


 
 
 
겨레하나소개 CONTACT US 개인정보보호정책